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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난임, 엄마가 되기까지

(러닝일기)마음이 무너질 때, 뛰기 시작했다: 러닝이 우울감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

by 여행책갈피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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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 무엇보다 조용한 전쟁 같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괜찮다고 되뇌어도 가슴은 점점 무거워지고,
날씨 좋은 날조차 웃을 이유가 없어졌다.
우울하다는 단어도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감정은 서서히 바닥을 향했다.

그런 나를 붙잡아준 건 뜻밖에도 러닝이었다. 처음엔 뛰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걷기라도 하자며 나선 뚝섬한강공원의 산책로에서,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아침 10시, 햇살보다 먼저 나를 깨우는 한 걸음

러닝을 시작한 건 지난봄, 10시쯤 햇살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뚝섬한강 나들목을 지나면 펼쳐지는 강변길. 이곳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처음엔 없었다.
그저 움직이는 것으로 하루를 견디고 싶었을 뿐.

하지만 이상했다. 며칠, 몇 주가 지나면서 걷는 동안 머릿속이 비워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이 줄어들고, 복잡한 감정도 바람결에 날아갔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2km, 3km… 이제는 한 번 러닝을 마치고 나면, 한층 가벼워진 기분을 느낀다.

러닝이 우울감에 미치는 과학적 근거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니다.
실제로 러닝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우울감 완화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 러닝이 우울감에 주는 생리적 효과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켜 기분 향상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균형 조절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 감소
수면 질 개선 → 감정 안정화
자존감 회복, 무기력감 탈피 효과

 

특히 난임을 겪는 여성은 우울감, 무력감, 감정기복 등의 정서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때 운동은 정서적 탈출구가 되어주며,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복원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러닝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실한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병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돌보고 있다는 실감, 그것이 주는 회복력은 생각보다 크다.

달리는 동안, 나는 나를 응원한다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은 러닝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한 직후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여전히 땀이 흐르고, 지쳐 있지만 그 속엔 묘한 평온이 깃들어 있다.

오늘도 뭔가 해냈다는 실감.

러닝을 하며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아무도 몰라도 괜찮아. 나는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러닝을 하면서는 내가 불완전하거나 모자란 존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 하루 나를 위해 애쓴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게 참 소중하다.


저녁 러닝, 도시의 불빛 속에서 회복하는 감정

요즘처럼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에는 밤 러닝이 더 익숙해졌다.
밤 9시 반, 뚝섬한강에 도착하면 강 건너 빌딩 불빛이 반짝이고, 사람들 사이로 바람이 분다.
10시 30분이 되면 인파도 줄고, 그때가 되면 나만의 러닝 시간이 시작된다.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고, 내 속도로, 내 감정으로.

어두운 하늘 아래, 도시의 조명이 비추는 강물 옆을 달리며 생각한다.
‘이 외로운 길을 걷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구나’
그렇게 위로받는다.


러닝은 치료가 아닌, 함께 가는 길

러닝이 모든 상처를 치유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달리는 시간은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준다.
병원에서, 대기실에서, 결과지를 볼 때마다 무너졌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반복된 움직임과 땀,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난 나 자신이었다.

 

주 3~4회, 30분 이상 유산소 감정 안정, 우울감 감소
러닝 후 스트레칭 및 샤워 몸과 마음의 긴장 해소
러닝 일지 작성 자기 객관화 및 성취감 증가
일정 시간대(예: 오전 or 저녁) 고정 일상 구조화로 불안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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