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난임, 자연임신 준비만 1년… 조급했던 나의 시작
1화. 신혼의 끝자락, 시작된 마음의 준비
결혼은 서른아홉에 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였지만, 내겐 충분히 행복한 선택이었다.
결혼 후에는 짧지만 달콤한 신혼이 이어졌다.
늦잠을 자고, 산책을 하고, 때때로 여행도 떠났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지나치는 이 평범한 시간들이, 나에겐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선물 같았다.
그러다 문득, 조카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달라졌다.
동글동글한 손, 배시시 웃는 얼굴, 까르르 웃음소리에 심장이 찌릿할 정도로 반응했다.
나도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다.
자연임신은 당연히 될 거라 믿었다. 그냥, 그렇게 흐름대로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연애할 때 만들 걸 그랬나… 그땐 지금보다 한 살은 어렸는데.'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국 잠실의 유명 산부인과에 갔고, 이어 분당의 대학병원에도 발걸음을 옮겼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속이 바짝 말랐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늘 길고 조용했다.
조급했던 마음, 멀어지는 거리
나는 조급했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임신에 좋다는 음식도 찾아 먹었다.
운동도 시작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한 것들을 하나둘 해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편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남편은 힘들어했다. 부담스러워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 영양제, 식단, 검사 일정… 그에겐 모든 게 벅찼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은 오직 '임신'이라는 단어 하나로 가득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앞서갔던 건 아닐까 싶다.
나 혼자만 달려가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조금은 후회하는 것들
주변 엄마들은 플라스틱 용기도 안 쓰고, 체질을 개선한다며 한약도 지어 먹었다.
나는 그렇게까진 하지 못했다.
그 땐 '굳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마음의 여유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조금은 해볼 걸 그랬다 싶다.
경주의 유명한 한의원. 그곳은 후기만 봐도 줄이 길었고, 예약도 어려웠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거기라도 가볼 걸 싶다.
그때는 뭐라도 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그 시절, 나는 하루 종일 네이버 검색을 붙잡고 살았다.
'임신 잘 되는 방법', '자연임신 후기', '난소 나이', '배란일 계산기'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검색어를 되풀이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 시절 나는 매일같이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곧 엄마가 될 수 있다.’
‘난임’이라는 단어는 아직 내 언어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그저 조금 느릴 뿐, 남들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나를 버티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는 참 용감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 마음을 글로 꺼내어 적어본다.
누군가에게, 나처럼 간절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