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스트레스, 러닝으로 달래다: 걷기부터 시작한 자연치유 루틴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종종 막막하다.
아무도 알지 못할 만큼 조용한 외로움 속에서, 나 자신마저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마다 한숨이 늘어나고, 약 봉투가 늘어날수록 마음은 더 위축되곤 한다.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놀랍게도 뚝섬한강공원 러닝이었다.
처음엔 걷기조차 벅찼지만, 지금은 매일 아침 10시가 기다려진다.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그게 러닝이었다.
뚝섬한강공원에서의 작고 단단한 시작
하루는 아침 공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요즘 나의 하루는 오전 10시, 뚝섬한강 나들목을 지나며 시작된다.
러닝화 끈을 조이며,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잘 해보자.
한강을 따라 흐르는 공기는 생각보다 시원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기를 준다.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그 흐름에 녹아든다.
뚝섬에서 성수대교 아래까지 약 1.5km를 왕복하는 길은 러닝 초보자에게 딱 맞는 거리다.
처음에는 걷기만 하다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숨이 차오를 때쯤 음악을 틀어 힘을 낸다.
몸은 천천히, 마음은 더디게지만 분명히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루 30분의 러닝. 나만을 위한 시간. 달리며 느끼는 공기, 땀, 햇살, 그 모든 게 '잘하고 있다'는 위로가 된다.
러닝이 난임 여성에게 주는 의외의 선물
‘달리는 것이 난임에 도움이 될까?’
처음엔 나도 의심스러웠다. 오히려 무리하면 안 되는 건 아닐까, 더 조심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관련 연구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됐다.
-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난소기능 개선, 인슐린 저항성 완화,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 스트레스를 낮추고 수면의 질을 높여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 특히 배란과 생리 주기를 정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실감이었다.
병원에서 듣는 이야기보다, 땀을 흘리며 뛰는 순간순간이 내 몸의 진짜 소리 같았다.
단 하루라도 운동을 한 날은 밤에 더 잘 자고, 아침이 더 가벼웠다.
불규칙했던 주기도 조금씩 돌아오는 중이고, 매일의 생활이 예전보다 규칙을 되찾고 있다.
저녁이 오면, 마음도 차분히 회복된다
러닝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면 하루가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만의 작은 회복 루틴이 이어진다.
-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며 다리를 풀고
- 허브차 한 잔으로 몸을 진정시키고
- 저녁 일기에 오늘의 컨디션과 기분을 기록한다
이렇게 루틴을 만들어가면서 하루가 더 안정적으로 정리된다.
그 안에서 마음의 파동도 점차 잔잔해지고, 결과에 대한 조급함보다 과정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언젠가 오겠지'라는 느긋한 기대 대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따뜻한 확신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러닝으로 가꾸는 ‘회복력 있는 삶’
러닝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러닝을 하며 나는 더 이상 기다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움직이면서 생각이 줄고, 생각이 줄어들면서 걱정이 줄고, 걱정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웃는 날이 많아졌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든다는 건 몸만이 아니라 삶 전체의 리듬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난임이라는 긴 터널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작고 확실한 무기라고 믿게 됐다.
오늘도, 내일도, 한 발짝씩
내일도 뚝섬한강으로 갈 예정이다. 아마 성수대교를 향해 다시 달릴 테고,
바람은 또 어깨를 밀어줄 것이다.
늘 그렇듯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 속에서 ‘내가 나를 응원하는 순간’은 분명히 찾아온다.
🏃♀️ 러닝 + 난임 관리 실천 팁
- 하루 30분, 주 4회 이상 걷기 또는 러닝
- 과도한 운동은 피하고 유산소 중심으로 조절
- 물 많이 마시기 & 수면 리듬 지키기
- 러닝 일기 작성하여 컨디션 체크하기
- 가능하면 오전 중 운동 → 호르몬 균형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