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거야, 안되면 어떡하지… 그렇게 하루를 넘겼다
자연임신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병원에서 정밀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가능성은 있어요. 다만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그 말 속에는 조심스러운 단어들이 숨어 있었다.
‘가능성’, ‘시간’, ‘걸릴 수 있어요’…
그게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결국 분당의 대학병원에서 추천을 받아 인공수정을 시도하게 됐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 그럼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조급함이 컸고, 멈춰 있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되겠지, 될 거야… 아니면 어떡하지
첫 시술을 받은 날, 희망과 긴장, 그리고 막연한 불안이 뒤섞였다.
내 몸이 해내주기를, 아무 문제 없이 착상되기를 바라며 조심조심 하루를 보냈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 어딘가에서 기적이 시작되고 있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인공수정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두 번째 시도를 이어갔다.
약 3~4개월이 그렇게 흘러갔다.
기대와 실망, 침묵과 눈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었다.
"되겠지, 될 거야… 그러다 안되면 어떡하지…"
그 말로 하루를 시작했고, 그 말로 하루를 넘겼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나는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인공수정이라는 시도는 그 자체로 큰 용기였다.
몸도 힘들었지만, 더 힘든 건 마음이었다.
내가 이토록 많은 희망을 품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졌고, 겁이 났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말한다고 해도 그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혼자서 견디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지났다.
내가 견뎌낸 이 시간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지금도 그 시절의 내 마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고, 불안 속에서도 믿음을 품었다.
그게 정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간 역시 나의 일부이고,
결국 나를 엄마가 되는 길로 이끌어주었다는 사실이다.
계절이 지나고, 나는 또 조금 단단해졌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하나의 계절이 다가왔다.
더디지만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결과는 아프게 돌아왔지만,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걸, 그 자체가 내 안에 깊게 새겨지고 있었으니까.
캠핑과 바닷가, 그리고 잠시 내려놓았던 마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여름과 가을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해와 동해로 짐을 싣고 떠났던 캠핑.
바닷가에 발을 담그며 해질녘을 바라봤던 시간.
밤공기를 마시며 텐트 앞에서 맥주잔을 부딪치던 순간.
병원도, 시술도, 조급한 마음도 잠시 접어두고
남편과 나, 둘만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모닥불 냄새, 바람 소리, 그리고 물결 위로 떠오르던 달빛이
그 무거웠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나도, 그냥 나로서 살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덕분에, 그 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다.